강의 1-5: 바울 서신과 히브리서의 기독론 ('마지막 아담', '영원한 대제사장')
복음서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역사 속에서 누구이셨으며, 어떤 가르침과 사역을 행하셨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 '초상화'라면, 서신서(Epistles)는 그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인류의 구원과 우주 전체에 어떤 신학적 의미를 갖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도 바울이 기록한 서신들과 저자 미상의 히브리서는 신약성경 기독론의 쌍벽을 이룹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을 만난 이후, 그리스도가 단지 유대인의 구원자를 넘어 전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창조하신 '마지막 아담'이심을 깨달았습니다. 한편,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쓰인 히브리서는 구약의 모든 제사 제도와 성전을 완성하시고 폐기하신 분, 곧 '영원한 대제사장'으로서의 그리스도를 탁월하게 논증합니다.
본 강의에서는 구원의 메커니즘과 우주적 영광을 다루는 바울 서신과 히브리서의 기독론을 깊이 있게 탐구하겠습니다.
이 14분으로 얻는 것
- '언약적 대표성(Federal Headship)' 원리를 통해 첫 사람 아담과 마지막 아담이신 그리스도를 대조하여 설명할 수 있다.
- 골로새서의 우주적 그리스도론과 빌립보서의 '케노시스(자기 비움)' 교리를 정확히 진술할 수 있다.
- 히브리서가 그리스도를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영원한 대제사장'으로 논증하는 방식을 설명할 수 있다.
- 헬라어 '에파팍스(단번에)'가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의 완결성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설명할 수 있다.
기록된 바 첫 사람 아담은 생령이 되었다 함과 같이 마지막 아담은 살려 주는 영이 되었나니...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
고린도전서 15:45, 22
1. 바울 서신의 기독론: 새로운 인류의 머리, 우주적 주(Lord)
바울의 은 철저히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하신 그리스도 중심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의 역사가 두 개로 쪼개졌다고 보았습니다. 첫 번째 인류는 아담에 속한 '사망의 인류'이며, 두 번째 인류는 그리스도에 속한 '생명의 인류'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바울이 도입한 핵심 개념이 바로 '마지막 아담(The Last Adam)'입니다.
1) '마지막 아담'과 언약적 대표성의 원리 (로마서 5장, 고린도전서 15장)
로마서 5장과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바울은 첫 사람 아담과 마지막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강력하게 대조합니다.
"기록된 바 첫 사람 아담은 생령이 되었다 함과 같이 마지막 아담은 살려 주는 영이 되었나니...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 (고전 15:45, 22)
우리는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은 것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바울은 '적 대표성()'이라는 법적 원리를 사용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주장이 페널티킥을 실축하여 패배했다면, 그 실축은 주장 개인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국가 전체의 패배가 됩니다. 반대로 주장이 골을 넣어 우승했다면,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와 응원하던 국민 모두가 우승의 영광을 누립니다. 그가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 첫 번째 아담 (실패한 대표): 하나님은 아담을 온 인류의 언약적 대표로 세우셨습니다. 그러나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불순종함으로 범죄 하였습니다. 그 결과 그의 후손으로 태어나는 모든 인간은 '아담 안에' 묶여 죄와 사망의 선고를 받고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 마지막 아담 (승리한 대표): 예수 그리스도는 실패한 인류의 역사를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인류의 대표, 즉 '마지막 아담'으로 오셨습니다. 첫 아담은 에덴동산이라는 최상의 조건에서 불순종했지만, 마지막 아담이신 예수님은 겟세마네와 골고다라는 최악의 고통 속에서도 십자가에 죽기까지 철저히 '순종'하셨습니다(롬 5:19). 그 결과, 이제 누구든지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in Christ)' 연합된 자는 그리스도가 성취하신 의로움과 영생을 자신의 것으로 선물 받게 됩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두 번째 아담'이라고 부르지 않고 굳이 '마지막 아담'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제3의 아담은 역사상 나타날 필요가 없다는 영광스러운 선포입니다.
| 구분 | 첫 사람 아담 (First Adam) | 마지막 아담 (Last Adam, 그리스도) |
|---|---|---|
| 기원 | 땅에서 남, 흙에 속한 자 | 하늘에서 남, 신령한 자 () |
| 행위 | 선악과를 먹음 (불순종) | 십자가를 지심 (철저한 순종) |
| 결과 | 정죄, 사망, 하나님과의 단절 | 칭의(의롭다 하심), 생명, |
| 소속된 자의 운명 | 모든 사람이 죄인 됨 | 모든 믿는 자가 의인 됨 |
| 대표성의 성격 | 옛 인류의 머리 (의 시작) | 새 인류의 머리 (구원의 완성) |
2) 우주적 그리스도와 자기 비움 (골로새서 1장, 빌립보서 2장)
바울은 그리스도가 단지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는 분일 뿐만 아니라, 우주 만물의 자시며 통치자이심을 강조합니다(우주적 기독론).
골로새서 1장 15-17절은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다"고 선포합니다. 즉, 예수님은 창조의 중보자이시며 우주의 역사를 이끌어가시는 만유의 주재이십니다.
이토록 위대하신 분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셨을까요? 빌립보서 2장 5-8절은 '케노시스(, 자기 비움)'라는 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케노시스)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빌 2:5-8)
여기서 '자기를 비웠다'는 말은 (하나님 되심)을 버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하나님 되심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바울이 말하는 자기 비움이란, 신성의 포기가 아니라 '인성의 취함'이며, 땅에 는 동안 '신적 영광과 특권의 독립적인 사용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시고 께 온전히 의존하셨음'을 의미합니다. 가장 높은 우주의 통치자가 가장 낮고 천한 십자가의 사형수 자리까지 스스로 내려가신 것(비하, Humiliation), 이것이 바울이 감격하여 외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입니다.
2. 히브리서의 기독론: 영원한 대제사장과 더 좋은 언약
유대교 배경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제국의 핍박 속에서 다시 눈에 보이는 화려한 과 제사 제도가 있는 유대교로 돌아가려는 강력한 유혹을 받았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들을 향해, 유대교의 모든 제도는 그림자에 불과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완벽한 이심을 합니다. 히브리서의 핵심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는 천사, 모세, 여호수아, 아론보다 훨씬 더 뛰어나신 분(Superiority of Christ)이다"라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독론의 가장 독창적이고 위대한 공헌은 예수 그리스도를 '대(High Priest)'으로 묘사한 데 있습니다.
1) 구원자의 자격: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 (히브리서 1~2장)
히브리서는 시작부터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히 1:3). 예수님은 천사들보다 뛰어나신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2장으로 넘어가면, 이 창조주께서 철저히 연약한 '인간'이 되셔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저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 이는 하나님의 일에 자비하고 충성된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의 죄를 구속하려 하심이라 자기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시느니라" (히 2:17-18)
제사장은 백성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입니다. 따라서 제사장은 반드시 인간의 고통과 연약함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천사는 인간의 고통을 모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은 친히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 되셔서, 우리의 배고픔, 슬픔, 유혹, 심지어 죽음의 공포까지 모두 체휼(직접 경험하여 공감함)하셨습니다. 완벽한 인간이 되심으로써, 그분은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실 수 있는 완벽한 대제사장이 되셨습니다(히 4:15).
2)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영원한 대제사장' (히브리서 7~10장)
유대인들에게 제사장은 오직 레위 지파 아론의 자손만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유다 지파로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수님이 대제사장이 될 수 있습니까? 히브리서 기자는 시편 110편 4절을 인용하여, 예수님은 이 생기기 전 아브라함을 축복했던 신비로운 제사장 '멜기세덱의 반차(Order, 계열)'를 따르는 영원한 대제사장이라고 논증합니다(히 7장).
인간 제사장(아론 계열)과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 비교 항목 | 아론 계열의 제사장 (구약의 율법) | 예수 그리스도 (멜기세덱의 반차) |
|---|---|---|
| 제사장의 수명 | 죽음으로 인해 직분이 단절됨 (수많은 제사장이 필요함) | 부활하셔서 영원히 살아계시므로 직분이 갈리지 않음 (오직 한 분) |
| 제사장의 흠결 | 자신도 죄인이므로 매번 먼저 자신의 죄를 위한 제사를 드려야 함 | 죄가 전혀 없으시므로 자신을 위한 제사가 필요 없음 |
| 제물의 종류 | 짐승의 피 (황소와 염소의 피) - 죄를 완전히 없애지 못함 | 자기 자신의 보배로운 피 - 점도 없고 흠도 없는 완전한 제물 |
| 제사의 횟수 | 매년 반복적으로 드려야 함 (미완성을 의미) | 십자가에서 '단번에(ephapax)' 드리심으로 영원히 완성하심 |
| 사역 장소 | 손으로 지은 땅의 성소 | 하늘에 있는 참 성소 (하나님 우편) |
3) "단번에(Ephapax)" 완성된 제사
히브리서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단어 중 하나는 헬라어 '에파팍스(ephapax)', 즉 '단번에'입니다(히 9:12, 10:10). 구약의 제사장들은 제사가 끝난 후에도 쉴 수 없었습니다. 죄를 지을 때마다 짐승을 잡아 죽여야 했기에 성소에는 앉을 의자가 없었습니다(히 10:11).
그러나 우리의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기 자신을 제물로 드리는 단 한 번의 영원한 제사를 드리신 후, "하나님 우편에 앉으셨습니다"(히 10:12). 앉으셨다는 것은 구원 사역이 100% 완벽하게 종료(It is finished)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우리가 구원을 위해 보탤 행위나 공로, 혹은 추가적인 속죄의 제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단번에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핵심 구조 도해
핵심 요약
- 바울의 기독론은 예수님을 인류의 저주를 끊어내고 새로운 생명의 인류를 창조하신 '마지막 아담'으로 소개한다. 그분은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이지만 자기를 비워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 우리를 의롭다 하셨다(칭의).
- '언약적 대표성' 원리에 따르면, 첫 아담의 불순종이 온 인류를 죄와 사망에 묶었듯 마지막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순종은 그분 안에 있는 모든 자에게 의와 생명을 준다.
- 골로새서와 빌립보서는 만물의 창조자이신 그리스도가 '케노시스(자기 비움)'를 통해 신성을 버리지 않으신 채 인성을 취하시고 십자가까지 낮아지셨음을 보여준다.
- 히브리서의 기독론은 예수님을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신 완벽한 인간이자 하늘 성소에 들어가신 '영원한 대제사장'으로 묘사한다. 그분은 짐승의 피가 아닌 자신의 피로 '단번에(ephapax)' 완벽한 속죄를 이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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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및 토론
- '언약적 대표성'이 주는 구원의 확신: 바울이 설명한 '마지막 아담'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나의 불완전한 선행이나 노력이 아니라 대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순종 덕분에 의롭다 하심을 받습니다(칭의). 이 법적이고 언약적인 원리는 당신이 스스로의 연약함 때문에 깊은 죄책감이나 영적 침체를 겪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근거가 됩니까?
- '자기 비움(Kenosis)'의 공동체적 적용: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2장에서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과 철저한 낮아짐을 단순히 교리적 지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성도 간의 다툼과 허영을 책망하며 실천적 윤리로 제시했습니다. 창조주께서 십자가의 사형수 자리까지 내려가신 이 비하(Humiliation)의 복음을 오늘날 나의 가정이나 교회 공동체 내의 갈등 상황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 우리를 체휼하시는 대제사장: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이 우리의 모든 연약함과 시험을 친히 경험하여 공감하시는(체휼하시는) 완전한 인간 대제사장이라고 강조합니다. 영광의 하나님이 인간의 배고픔, 피곤함, 친구의 배신, 억울한 누명, 그리고 죽음의 공포까지 모두 겪으셨다는 사실은,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억울함이나 고난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인 위로와 기도의 담력을 줍니까?